금융생활백서

검사 사칭 보이스피싱에 41억 뜯긴 의사

by 화수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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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의사 1명이 보이스피싱 일당에 한달간 41억원을 건내준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보이스피싱 단일 피해 규모로는 사상 최대액 입니다.

가지고 있던 예금, 보험, 주식 등 현금성 자산뿐만 아니라 아파트담보대출, 개인 신용대출까지 받아 현금수거책에게 건냈습니다.

 

현금 뿐만 아니라 가상화폐로도 보내줬다니 한달간 피해자가 받았을 금전적, 정신적 피해가 얼마나 컸을지 상상도 되지 않습니다.

이번 피해 역시 검사를 사칭한 전화 통화를 시작으로, 악성 앱 설치로 피해자의 눈과 귀를 모두 막아 놓은 상태에서 벌어진 엄청난 사기극이었습니다.


의사 A씨는 서울중앙지검 소속 검사(보이스피싱 유인책)에게 전화 한통을 받습니다.

"A씨, 지난 7일 ○○역에 가셨죠? B씨와 아는 사이인가요?"


당연히 A 씨는 ○○역에 간 적도, B 씨를 알지도 못했습니다.

"B씨가 보이스피싱 범인인데, 당신 계좌가 보이스피싱 자금 세탁에 사용됐다. 당신 앞으로 70건 정도 고소장이 들어와 있다"고 협박합니다.

 

카톡으로 구속영장 청구서와 공문을 보낸 검사(사기범)는 "협조하지 않으면 구속 수사로 전환할 수밖에 없지만, 협조만 잘하면 약식조사로 마무리하겠다"며 악성 앱 설치를 위한 밑밥을 깔아둡니다.

 

 

약식조사란 카카오톡으로 진술하고 계좌 확인에 응하는 정도라며 피해자 A씨를 안심시킵니다.

사기범(검사)는 카카오톡 친구 추가를 하라고 시킵니다.

카카오톡 프로필에는 검사의 사진과 소속 등이 기재돼 있었습니다.

사기범은 카톡으로 자신의 공무원증을 보내 신원을 확인해줍니다.

구속영장 파일이 카톡으로 전송 후 "당신 자산이 정상자금인지 확인해야 하는데, 협조하지 않으면 구속 수사를 할 것"이라고 합니다.

의사 A 씨 曰: "구속을 당한다니 무서웠습니다. 어떻게든 빨리 상황을 끝내야겠다는 생각에 검사에게 잘 협조하겠다고 했습니다. 검사는 수사관이 조사를 진행할 거라고 알려줬습니다"


사기범(수사관)이 수사에 관한 안내 문자를 보내며 접근합니다.

보이스피싱 조직에서 검사가 소개한 수사관 역할을 맡은 사람은 문자로 보낸 수사 절차에 관한 내용입니다.

첫번째, 사건 내용을 수사 종결시까지 발설하지 않는다.(사건내용 발설금지)
두번째, 핸드폰 사용에 대한 모니터링.(앱 설치 종용)
세번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
네번째, 수사절차에 대한 반대의견 언급불가.

첫번째는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지 못하도록 차단하기 위함이며, 세번째와 네번째는 황당하게 느껴지는 요구라도 반드시 이행하도록 단서를 달아 놓습니다.


위협과 회유로 안심 시킨 후 수사에 필요한 앱을 설치하도록 합니다.


일단 누구라도 보이스피싱 조직이 보낸 악성 앱을 깔고 나면 더는 의심할 수도 없고, 보이스피싱 일당의 마수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악성 앱을 설치하면 휴대전화의 주소록, 문자메시지, 통화목록 등이 모두 보이스피싱 일당에 넘어갑니다.

경찰, 검찰, 금융감독원, 은행 등 실제 대표 번호로 전화를 걸어도 모두 보이스피싱 일당에게 연결됩니다.

보이스피싱 조직에서 걸려오는 전화도 경찰이나 검찰이 걸어온 정상 번호로 표시됩니다.


의사 A씨는 이후 금융감독원 실제 번호로 전화를 걸어 물었습니다.

금융감독원 직원은 검사 말대로 "계좌가 자금 세탁에 활용됐다"고 합니다.

금융감독원 홈페이지에 있는 진짜 번호로 걸었는데 이런 답을 들으니 믿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앱 설치 후 관계기관으로 연결되는 모든 통화가 보이스피싱 조직으로 연결되도록 바뀐 겁니다.

 

범죄에 연루되어 당황한 상태에서 이런 과정을 거치고나면 의심은 없어지고 수사기관의 요구에 순순히 응하게 됩니다.


이제 무리한 요구를 수행할 준비를 마친 사기범들은 현금 인출을 시작합니다.

가장 먼저 대출을 받도록 지시합니다.

A씨는 "직접 대출을 해보면, 당신 명의가 범행에 연루됐는지 알 수 있다"는 설명에 속아 대출을 신청합니다.

 

아마 대출이 안나오면 해당 은행 계좌 역시 범죄에 연루되었을 것이고, 대출이 나오면 아직 연루되지 않은 것이니 현금으로 찾아뒀다가 해결되면 돌려준다고 속인 것 같습니다.

어떻게 대출까지 받아 현금으로 넘겼을까 싶었는데, 범행 연루 여부 확인을 위해 대출을 신청해보라는 말로 속였네요.

보이스피싱 사기범(검사)이 "예금, 적금, 보험, 주식도 모두 확인해야 하고, 범죄 연관성이 없으면 수수료까지 모두 돌려주겠다."며 현금을 찾도록 시킵니다.

은행직원이 "왜 이렇게 많은 돈을 찾아가느냐"고 묻자 A씨는 사기범(검사)이 알려준 대로 "직원 월급"이라고 말했습니다.

현재 은행에서는 하루에 1천만원 이상의 현금을 입금하거나 출금한 경우 거래자의 신원과 거래일시, 거래금액 등을 금융정보분석원으로 전산으로 자동 보고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은행의 이런 내용까지 미리 파악하고 자금 사용 출처를 알려줄 정도로 치밀합니다.

인출한 현금 모두를 금융감독원 직원에게 직접 건네 줬습니다.

일부는 계좌로 이체했고, 일부는 가상자산으로 전송하기도 했습니다.

현금, 계좌 세탁, 가상자산, 모두 추적하기 어려운 수법이었습니다.

이렇게 A 씨가 갖고 있던 전 재산은 물론, 대출까지 내서 빼앗긴 돈은 모두 41억 원입니다.


범인을 찾지 못하면 피해자 A씨는 앞으로 대출금을 갚으며 상처를 안고 살아야 합니다.

 

대부분 현금과 가상화폐로 가져가 추적도 불가능하기 때문에 돈을 찾는 것도 쉽지 않아보입니다.


사건 내용을 보면 왜 당하나 싶고, 남의 일 같게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단 통화가 시작되고 의심이 사라지면 피해자의 눈과 귀를 가리고 집요하게 조정해 정상적인 상황판단이 어려울 겁니다.

 

 

친한 선배 한분도 추가 대출이 가능하다는 말에 속아 기존 대출금 갚을 현금을 찾아 보이스피싱 수거책과 만날 약속까지 잡았었다고 합니다.

다행히 이상함을 느껴 약속장소로 나가진 않으셨다고 하는데 정말 깜빡 속았다며 가슴을 쓸어 내렸습니다.

접근만 다르지 앱 설치부터 현금 수거까지 나머지 수법은 거의 비슷합니다.

선배도 추가 대출을 받으려면 확인할 게 있다고 보낸 앱을 설치하는 순간부터 안 믿을 수가 없었다고 하네요.

금감원, 은행에 전화해보니 보이스피싱 사기범의 얘기가 맞다고 하니 시키는대로만 하면 되겠구나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일단 전화로 이상한 일에 연루되었다 생각되면 전화가 아닌 주변 사람에게 도움을 구해야 합니다.

어떤 수사기관, 금융기관에서도 주변 사람에게 물어보지 말라는 요구는 절대 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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